
보습제 하나 고르려다 화장품법과 1971년 논문 서지정보까지 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 환절기에 접어들면서 “수분크림 대신 바세린” 이야기가 다시 돌길래, 법·논문·가격 세 축으로 직접 따져봤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바세린은 수분크림의 대체재가 아니라 마무리 뚜껑에 가깝습니다. 통 안에 물이 없어서 수분을 새로 넣어주는 일 자체를 못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곱 제품의 가격을 용량으로 나눠보니 🔥 1g(1ml)당 13.8원에서 675원까지 48.9배 벌어졌는데, 순서가 통념과 반대였습니다.
🔥 바세린은 화장품, 비판텐·유리아크림은 일반의약품
🔥 “98% 차단”의 각주는 둘, 원 실험은 1971년 논문
🔥 1g(1ml)당 13.8원~675원으로 48.9배
🔥 비판텐이 닥터지 수딩크림보다 1.46배 비쌈
수분크림 대신 바세린을 놓기 전에, 셋은 아예 다른 법을 삽니다
국내에 유통되는 바세린 오리지널 프로텍팅 젤리는 화장품으로 팔립니다. 화장품법 제2조가 화장품을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한 것”으로 정의하면서 의약품을 빼놓았습니다.
반면 비판텐 연고와 유리아크림은 일반의약품입니다. 허가사항에 적힌 효능효과의 무게가 다릅니다.
| 제품 | 법적 분류 | 허가·표방 범위 | 구매 경로 |
|---|---|---|---|
| 바세린 (페트롤라툼) | 화장품 | 보습·수분 증발 억제까지. 재생·치료 표방 금지 | 편의점·다이소·올리브영·온라인 |
| 비판텐 연고 (덱스판테놀 50mg/g) | 일반의약품 | 상처·화상·욕창·급만성 피부염·습진·기저귀발진의 보조치료 | 약국만, 온라인 판매 불가 |
| 한미유리아크림 (요소 200mg/g) | 일반의약품 | 분류가 각질 용해제. 각피증·건피증·어린선 등 | 약국만, 온라인 판매 불가 |

※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화장품법 제2조), 바이엘 비판텐연고 허가사항, 약학정보원 한미유리아크림 기준. 2026년 9월 13일 확인. 약국에서 파는 “백색바셀린”은 제품에 따라 원료의약품과 화장품이 갈리므로 통 뒷면 표기 확인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화장품인 바세린은 “재생”이나 “치료” 같은 말을 쓸 수 없습니다. 대한화장품협회 광고자문 해설서가 “피부를 재생시킨다”, “피부의 상처나 질병으로 인한 손상을 치료하거나 회복 또는 복구한다”를 금지 표현 목록에 올려두고 있습니다.
바세린 통 안에는 물이 없습니다
보습 성분은 크게 셋으로 나뉩니다. 수분이 날아가는 것을 물리적으로 막는 폐색제, 물을 끌어당기는 습윤제, 피부를 부드럽게 하는 연화제입니다.
바세린의 페트롤라툼은 폐색제입니다. 약학정보원은 이 성분을 “정제된 반고형 탄화수소의 혼합체”로 설명하는데, 탄화수소만으로 이뤄져 물이 들어 있지 않으니 수분을 새로 공급하는 일은 구조적으로 하지 못합니다. 9월 2일 파이낸셜뉴스에 실린 피부과 의사 칼럼도 바세린은 수분을 능동적으로 공급할 수 없고 이미 있는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방식으로 작용한다고 적었습니다.
수분크림은 이 셋을 한 통에 같이 담습니다. 2025년 International Journal of Dermatology 리뷰도 글리세린의 습윤 작용과 페트롤라툼의 폐색 작용을 함께 쓸 때의 상가 효과를 언급합니다.
그러니까 관계가 “대신”이 아니라 “위에”에 가깝습니다. 같은 칼럼에서도 심한 건조에는 일반 보습제를 먼저 바르고 문제 부위에만 얇게 덧바르라고 권했습니다.
“수분 증발 98% 차단”의 각주를 따라가 봤습니다
이 숫자는 2016년 Indian Journal of Dermatology 61권 3호 리뷰의 한 문장에서 나옵니다. 최소 5% 농도의 페트롤라툼이 경피수분손실을 98% 넘게 줄인다는 서술입니다.
그 문장에는 각주가 둘 달려 있습니다. 하나는 2001년 Skin Therapy Letter의 종설이고, 다른 하나가 1971년 Dermatologica 142권 89~92쪽, 네 쪽 분량의 논문입니다. 둘 중 원 실험 데이터에 해당하는 쪽은 1971년 논문입니다.
초록은 공개돼 있습니다. 여러 물질의 수분 투과 비저항을 재고, 그중 저항이 높은 물질을 발랐을 때 피부의 수분 증발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본 연구였습니다. 다만 본문이 유료라 피험자 수와 도포량, 측정 시간 같은 조건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반대 방향의 논문도 있습니다. 1992년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26권에 실린 연구는 사람 지원자의 피부 장벽을 아세톤으로 손상시킨 뒤 바세린을 발랐는데, 회복을 방해하기는커녕 오히려 앞당겼습니다. 결론 문장은 이렇습니다.
🔥 “바세린은 피부 위에 불투과성 막을 만들지도, 그렇게 작용하지도 않는다 — 각질층 틈새 전체로 스며든다”
🔥

즉 “98%”라는 숫자를 근거로 바세린이 랩처럼 피부를 덮는다고 설명하는 건, 1992년 논문이 관찰한 것과 결이 다릅니다. 그 논문도 바세린의 폐색성 자체는 인정하되, 불투과성 막을 만드는 방식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일곱 제품의 가격을 용량으로 나눠봤습니다
2026년 9월 13일 확인가 기준이고, 할인가가 섞여 있어 수시로 바뀝니다.
| 제품 | 용량 | 가격 | 1g(1ml)당 |
|---|---|---|---|
| 라로슈포제 시카플라스트 밤 B5+ | 40ml | 27,000원 | 675.0원 |
| 비판텐 연고 (약국 40곳 평균) | 30g | 11,033원 | 367.8원 |
| 닥터지 레드 블레미쉬 클리어 수딩크림 | 70ml | 17,630원 | 251.9원 |
| 한미유리아크림 (약국 평균) | 50g | 2,777원 | 55.5원 |
| 바세린 오리지널 젤리 (다이소) | 50ml | 2,000원 | 40.0원 |
| 세타필 모이스춰라이징 크림 | 453g | 11,900원 | 26.3원 |
| 바세린 오리지널 젤리 (온라인 최저) | 100ml | 1,380원 | 13.8원 |

※ 다이소몰, 다나와, 라로슈포제 공식몰, 발키리 약국 가격비교의 2026년 9월 13일 값입니다. ml 표기와 g 표기를 그대로 나눈 값이며 밀도 차이는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배송비 미포함이며, 온라인 최저가에는 배송비가 별도로 붙습니다.
이 일곱 개를 놓고 보면 두 가지가 예상과 어긋났습니다.
첫째, 🔥 약국템이라서 싼 게 아니었습니다. 비판텐 30g은 전국 40개 약국 평균 11,033원이라 g당 367.8원인데, 닥터지 수딩크림 70ml는 ml당 251.9원입니다. 약국템이 1.46배 비쌉니다. 다만 같은 약국템인 유리아크림은 g당 55.5원으로 일곱 개 중 넷째로 쌌습니다.
둘째, 🔥 수분크림이라서 비싼 것도 아니었습니다. 세타필 453g은 최저가 11,900원이라 g당 26.3원으로 이 표에서 가장 쌌고, 다이소 바세린 50ml는 40원입니다. 대용량 저가 수분크림을 넣는 순간 “2천 원 대 3만 원” 구도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최저·최고를 그대로 믿기 전에 조건을 봐야 합니다. 바세린 100ml 1,380원에는 배송비 3,500원이 따로 붙어서 한 통만 사면 실제로는 다이소 50ml보다 비싸집니다. 반대편 675원은 할인 없는 공식몰 정가이고, 같은 제품 100ml는 ml당 410원입니다.
얼굴에 바르기 전에 짚어둘 것
미국피부과학회는 여드름이 잘 나는 편이라면 얼굴에 바세린 바르는 것을 피하라고 안내합니다.
다만 1996년 Journal of the Society of Cosmetic Chemists에 실린 클리그먼(Kligman)의 논문은 페트롤라툼이 토끼와 사람 모두에서 코메도제닉하지 않았다고 보고했습니다. 같은 논문이 성분표만 읽고는 그 제품이 여드름을 유발할지 알 수 없다고도 못박습니다. 참고로 널리 쓰이는 토끼 귀 시험은 코메도제닉 물질에 과반응한다는 지적이 여러 연구에서 나왔습니다.
바세린을 얼굴에 두껍게 덮는 슬러깅은 2022년 Clinics in Dermatology에 논문이 하나 있습니다. 폐색성이라 잠재적 위험이 있다는 서술과 함께, 틱톡 상위 50개 영상 중 교육적이라 볼 만한 것은 18개뿐이었다는 조사가 실려 있습니다. 논문에는 36.7%로 표기돼 있는데 50으로 나누면 36.0%입니다.
유리아크림은 허가된 용법이 “환부에 바른다”입니다. 적응증도 각피증·건피증·어린선 같은 각질 관련 질환이라, 보습 목적으로 얼굴 전체에 바르라고 허가된 제품은 아닙니다. 급성 습진이나 염증성 피부에는 금기이고, 통증·열감·홍반·소양감 같은 일시적 자극이 부작용으로 적혀 있습니다. 비판텐도 감염성 또는 삼출성 피부병에는 금기입니다.
반대로 통념이 뒤집히는 대목도 있습니다. 경증 1도 화상에 대해 미국피부과학회는 먼저 찬물에 10분가량 담그거나 차가운 습포로 식힌 뒤, 바세린을 하루 두세 번 바르고 들러붙지 않는 멸균 거즈로 덮으라고 안내합니다. 물집은 터뜨리지 말고 저절로 낫게 두라고도 했습니다. 바르지 말라고 한 것은 항생제 연고를 포함한 연고류와 치약·버터 쪽이고, 바세린은 그 목록에 없습니다. 물론 화상 범위가 넓거나 영유아·고령자라면 곧장 병원으로 가야 합니다.
정리하면
바세린은 수분크림의 대체재가 아니라 마무리 뚜껑에 가깝고, 약국템은 싸서가 아니라 허가된 효능이 달라서 쓰는 물건입니다. 가격만 놓고 보면 대용량 수분크림이 바세린보다 쌀 수도 있습니다.
지금 화장대에 있는 통, 가격을 용량으로 한 번 나눠보시면 순서가 생각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오늘 밤에는 세안 후 물기가 남았을 때 발라보시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
최종 업데이트: 2026.09.13 (분류·가격 확인일 기준)